흔차에서 훈차된 현대 아반떼 스포츠
한국을 대표하는 준중형 베스트셀러 모델 아반떼가 힘을 키우고 예쁜 옷과 멋진 신발로 자연스럽게 코디한 훈남으로 거듭났다. 아반떼 스포츠는 역대 아반떼 중 가장 강력한 204마력의 심장을 품고 하체를 보강해 펀 투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훈차다.
‘현대자동차’ 하면 떠오르는 대표 모델들이 있다.
중형급의 쏘나타, 준대형급의 그랜저, 그리고 준중형급의 아반떼가 대표적이다.
지금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차들 속에서 95년 데뷔한 1세대(J2)부터 현재의 5세대(AD)까지의 아반떼들이 모두 쉽게 보일 정도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아반떼는 ‘아방이’라는 귀여운 별칭 외에는 별다른 미사어구가 붙지 않은 모델이지만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며 대중적인 차로서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폭넓은 층에서 사랑받아온 모델이다.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해서 별 특징이 없는 사람을 흔남, 흔녀라 부른다.
하지만 흔남도 김종국 같은 근육은 아니지만 운동을 좀 해 소매를 걷었을 때 힘줄이 살짝 보이고 옷을 센스 있게 입는다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훈남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아반떼가 겉모습과 퍼포먼스를 스포티하게 다듬고 스포츠 배지를 붙여 아반떼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흔차에서 훈차로 변신했다.
작은 변화, 확 달라진 분위기
외관에서 크게 바뀐 부분은 많지 않지만 군데군데 기교를 부려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단 색상부터 스포츠에서만 고를 수 있는 노란색(블레이징 옐로)과 오렌지색(피닉스 오렌지)이 추가되었다. 특히 블레이징 옐로는 BMW M3, M4의 대표색상인 오스틴 옐로와 비슷해 살짝 오글거릴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차체 디자인과 잘 어울려 예쁘다.
앞쪽 그릴의 모양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나 터보 배지가 당당히 위치하며 일반 모델과 달리 그릴 윗부분의 양쪽 끝이 헤드램프로 이어져 날카로운 느낌이다.
방향지시등과 헤드램프 사이를 가로지르는 무광 크롬을 넣은 헤드램프와 기존 ㅁ자 모양 LED가 ㄷ자 모양으로 바뀐 리어램프도 달라진 부분. 범퍼 아래쪽에 안개등이 자리했던 일반 모델과 달리 스포츠는 안개등을 아예 없애고 공격적인 가니시와 주간주행등을 달았다.
옆쪽에서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휠이다.
스포크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18인치 휠은 콤팩트한 차체의 휠하우스를 꽉 채우면서 다부진 느낌을 주는 데 일등공신이다.
거기에 애프터마켓 제품 같은 사이드 스커트로 깔끔하면서도 탄탄한 자세를 완성했다. 뒤쪽에서는 범퍼 하단의 디퓨저가 중심을 잡고 오른쪽 끝에 듀얼 머플러 팁이 달렸지만 왼쪽에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시승차는 레드컬러 패키지가 적용된 익스트림 셀렉션 트림으로, 안전벨트와 시트를 살짝 어두운 빨간색으로 처리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수입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스티어링 휠은 현대 아이오닉의 것을 가져와 레드 스티치를 넣고 스포크 아래쪽 부분을 무광 블랙으로 처리해 좀 더 고성능다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크기가 작고 반펀칭 가죽으로 마감해 그립감도 일품이다.
시트는 버킷 스타일로 코너에서 적당히 운전자를 지지해주면서 안락하다.
등받이에 자수로 새긴 ‘스포츠’ 로고를 넣어 일반 모델과 차별화했다.
뒷자리 레그룸은 넉넉하나 헤드룸은 조금 부족한 편. 성인 남성이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짝 붙여 앉으면 머리카락이 살짝 천장에 닿는다.
스포츠 배지가 부끄럽지 않은 성능
아반떼 스포츠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달리기 성능이다. 5월 2일에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인천 네스트 호텔을 출발해 송도 도심서킷을 반환하는, 대부분 고속주행으로 이루어진 코스가 준비되었다. 아반떼 스포츠에는 직렬 4기통 1.6L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이 올라가는데 이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kg·m의 힘을 내며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맞물린다. 과거 출력이 200마력을 넘으면 고성능차의 반열에 올라서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차들은 평균 출력이 높아지면서 그 기준이 높아졌지만 무게 1,380kg(DCT 기준)의 차에 이 정도 출력이면 사뭇 기대가 된다.
가속 페달에 힘을 가하자 거침없이 나아간다. 중저속뿐만 아니라 고속구간에서도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일반적인 1.6L급 준중형차는 물론 2.0L급 중형차를 뛰어넘는 몸놀림이다. 특히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우려했던 것보다 준수한 점이 인상적이다. 일전에 경험한 현대 아이오닉과 기아 니로의 그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빠릿빠릿하다. 다만 변속기를 과도하게 보호하려는 듯 시프트다운에 적극적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지만 스포츠 배지가 붙었을 뿐, 스포츠카는 아니기에 크게 불만스럽지는 않다. 직관적인 재미를 원한다면 연비가 듀얼 클러치 변속기보다 살짝 떨어지는 수동변속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엔진출력을 높인 만큼 아반떼 스포츠에는 후륜에 토션 빔 대신 멀티 링크 서스펜션이 장착되었고 일반 모델보다 지상고가 5mm 낮다. 이로 인해 고속안정감과 코너링 성능이 향상되었다는 게 현대자동차 측의 설명. 하지만 시승 당일 차를 날려버릴 것 같은 강풍 때문에 고속안정감을 느껴보기는 힘들었다.
잠깐 달린 인천 송도 도심 서킷에서는 90° 코너에서 구동이 전달되는 앞바퀴를 뒷바퀴가 재빨리 따라오면서 기대 이상의 안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여기에는 타이어의 영향도 크다. 한국타이어의 UHP급인 벤투스 S1 노블2를 장착한 것만으로도 적어도 현대자동차가 스포츠 드라이빙에 성의를 표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살짝 젖어 있는 노면에서도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다만 고속에서 강한 제동을 걸었을 때 심한 노즈다이브 현상이 일어나면서 뒤가 흔들거려 불안하다. 앞뒤 무게배분은 실측해야 정확하게 알겠지만 1.6 가솔린 모델보다 90kg 정도 늘어난 무게의 대부분이 터빈과 인터쿨러 등이 추가된 앞쪽으로 몰린 듯하다. 또한 앞 브레이크 디스크의 크기만 키운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스포츠 주행은 안정적인 제동이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
이처럼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지만 아반떼 스포츠의 구성과 성능, 그리고 시도는 정말 칭찬할 만하다. 깐깐한 국내 소비자들은 아반떼에서 모든 부분이 부족하지 않기를 바란다. 실내공간, 성능, 디자인, 연비 등이 모두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스럽기를 바란다. 아반떼 스포츠는 확실히 그 적당한 선을 뛰어넘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힘과 괜찮은 듀얼 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젊은이들이 환영할 만한 외관으로 아반떼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린 모델임에 분명하다. 아반떼 스포츠의 등장으로 아반떼는 흔차에서 훈차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