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최고의 숨은 비경, 강릉 헌화로 드라이브 코스
굴곡진 해안로를 따라 변화무쌍한 풍경이 펼쳐진다. 평온한 백사장이 잔잔하게 펼쳐지는가 하면, 웅장한 기암괴석이 거칠게 나타나기도 한다. 서핑보드에 몸을 싣고 격렬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낚싯대 하나 드리우고 묵묵히 한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있다. 쪽빛 바다를 지척에 끼고 달리며 거칠고도 온화한 풍광을 마주할 수 있는 곳, 바로 강릉 헌화로다.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로 알려진 강릉 헌화로
수로부인의 전설을 간직한 헌화로
헌화로는 강릉 금진해변에서 정동진항까지 이어진다. 헌화로 북쪽으로는 정동진이, 남쪽으로는 옥계해변이 있다. 1998년 금진~심곡항 구간이 처음 개설됐고, 2001년 심곡항~정동진항 구간이 연장 개설됐다. 금진에서 심곡항 구간은 해안도로이고, 심곡항에서 정동진항 구간은 내륙도로이다. 헌화로의 해안도로는 바다를 메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길을 달려보면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도로 이름이 왜 헌화로일까? 《삼국유사》에 실린 〈헌화가〉가 연상된다. 신라시대 강릉태수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은 절세미인으로 유명했다. 수로부인이 강릉으로 가던 중 바닷가에서 잠시 쉬게 되었다. 그때 절벽에 핀 고운 철쭉꽃을 보고 따다줄 이가 있느냐 물었으나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지나가던 한 노인이 꽃을 따서 수로부인에게 바치며 〈헌화가〉를 불렀다고 전한다. 그 설화의 배경과 이곳의 풍광이 잘 맞아떨어져 '헌화로'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설화가 배경이 되어 헌화로를 더욱 깊이 있고 신비로운 공간으로 만든다. 하지만 헌화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설화만이 아니다. 해안도로와 어우러지는 기가 막힌 절경도 큰 매력이다. 바위를 타고 넘실대는 파도가 손에 닿을 듯 생생하다. 실제로 파도가 많이 치는 날에는 바닷물이 도로까지 밀려올 정도로 바다와 가까이 붙어 있다. 지금의 헌화로는 처음 개설됐던 1998년에 비해 가시성이 더 좋아졌다. 너울성 파도로 도로가 훼손되자 2008년에 보수 공사를 마쳤다. 이전에는 도로변 난간의 높이가 1.2m 정도라 시야를 가렸으나, 2008년 보수 공사 시 70cm 정도로 낮춰 시야가 좋아졌다. 기암괴석과 바다의 절경이 눈 속으로 거침없이 달려든다.
〈헌화가〉 설화와 이곳의 풍경이 잘 어우러진다 하여 '헌화로'라는 이름을 얻었다.
빈티지한 카페와 서퍼들이 있는 여유로운 금진해변
헌화로 드라이브는 정동진이나 금진에서 시작할 수 있다. 어느 방향이든 절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금진에서 시작해보자. 잔잔하게 시작해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 풍광의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다. 옥계IC에서 헌화로로 들어서서 바다 쪽으로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완만하게 꺾어지는 지점이 있다. 헌화로의 시원한 풍광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바다가 숨죽이고 숨어 있다가 모퉁이를 도는 순간 '깜짝선물'처럼 등장한다. 고요한 듯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 풍광에 많은 사람들이 차를 세우게 된다. 넓은 주차장과 휴식 공간이 있어 쉬어가기 알맞다.
옥계 방면에서 헌화로로 진입하면 금진해변 초입에 전망 겸 휴식 공간이 있다.
바닷가 쪽 쉼터도 좋고, 길 건너편 빈티지한 분위기의 카페를 이용해도 된다. 카페는 수수한 외관에 '빨차카페'라는 작은 간판을 달고 있다. 이름이 독특하다. 카페 주인은 원래 주차장 쪽에서 빨간색 푸드 트럭을 운영했다. 헌화로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토스트 맛집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인기에 힘입어 이제는 번듯한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트레이드마크였던 빨간색 트럭의 이미지를 살려 '빨차'라는 이름을 지었단다. 기존에 음식점으로 사용했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과하게 멋부리지 않아 소박한 금진해변과 잘 어울린다. 야외 테라스에 앉으면 바다가 훤히 내다보인다. 푸드 트럭 때부터 인기 메뉴였던 토스트는 물론 수제버거와 커피,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요기를 하며 바다를 감상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해변을 즐겨보자. 조용하고 한적한 금진해변이 눈앞에 펼쳐진다. 피서철을 맞아 경포해수욕장과 해운대에 몇만 인파가 모였다는 뉴스는 먼 세상 얘기 같다. 금진해변은 한여름에도 한적한 편이다. 그런 매력에 빠져 이곳만 찾는 단골 피서객도 많다. 몇 해 전부터는 서핑 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관련 업체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서핑보드에 몸을 맡긴 채 파도를 타려고 기회를 노리는 초보 서퍼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파도를 타고 능숙하게 달려오는 서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한번 배워볼까' 의욕이 솟기도 한다.
금진해변에서 여유롭게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해변 곳곳에 서핑 스쿨이 보인다.
헌화로의 백미, 금진항~심곡항 구간
금진해변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긴 뒤 다시 헌화로를 달려보자.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좋고, 그냥 걸어도 좋다. 금진항에서부터 심곡항까지는 헌화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굴곡진 해안을 따라 굽이굽이 절경이 펼쳐진다. 기암괴석과 쪽빛 바다가 빚어내는 풍광은 아무리 감성이 무딘 사람의 마음도 촉촉하게 만들어버린다. 중간 중간 가던 길을 멈추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차를 타고 스쳐 지나기에는 아까운 풍경이다. 심곡항이나 금진항에 차를 세워놓고 잠시 걸어도 좋다. 금진항에서 심곡항까지는 거리가 약 2km에 달한다. 전 구간은 아니더라도 천천히 걸어볼 것을 권한다.
금진항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길은 한쪽에는 바다가, 다른 한쪽에는 기암괴석이 자리한다. 가게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다. 금진항이나 심곡항에 있는 가게를 이용하면 된다. 금진항 근처에선 '항구마차'라는 포장마차가 유명하다. 항구마차를 찾아 일부러 금진항까지 오는 사람들도 있다. 대게를 넣은 칼국수와 푸짐한 가자미회무침이 유명하다. 볼품없는 작은 포장마차이지만 늘 찾아드는 손님이 많다. 이런 소박한 것들이 웅장한 자연 풍광과 어우러져 헌화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금진항 인근의 작은 식당 '항구마차'
[네이버 지식백과] 동해안 최고의 숨은 비경, 강릉 헌화로 드라이브 코스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한국관광공사)